미술평론/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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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추구하는 미술인
글/ 민성동(서양화가)
10여 년 전. 웹 저작기술은 컴퓨터 공학도들이나 넘보는 특수한 학문인 줄 알았던 시절. 순수미술가들은 자판 치기도 힘들고 익숙하지 않았던 네모난 모니터였지만, 이재수는 이미 15년 전부터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나 보유하고 있을 IT지식을 꿰뚫고 있었고 자신의 홈페이지나 토론사이트에서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웹 공간에서 그를 만나면 작업실 구석에서 먼지나 털고 있는 미술인으로 보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수는 자신의 작품세계는 숨겨놓고 미술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를 가지고 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당시 웹에서 활동을 지켜본 사람들은 이재수가 사회학이나 IT 전문가로 예술지식이 조금 있는 정도가 아닐까하는 추측만 가능할 뿐, 미술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순수미술가들에게 가장 자신 있는 일이 그림을 그리는 일인지언데, 이재수는 미술 이외의 것들만 가지고도 웹상에서는 꽤 인기 있는 스타논객이었고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논객은 없었다. 예술정신으로 무장된 사실을 아무도 알 수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논객들과 토론을 벌이는 일이 많았고, 글에 묻어 있는 그의 신념에 찬 주장과 논리는 제 아무리 유명한 사회학자라도 몇 번 부딪히면 두 손 들 정도로 무서운 칼이었다. 때로는 문화예술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기도 하고, 문화권력에 대한 항거도 있었다. 미술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미술인들의 삶과 애환들을 소개하는 중개자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재수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려면 이재수의 삶 전체를 파악하지 않고 예술관이나 작품만으로는 해석이 힘든 점이 있다고 전한다. 작가로서 대중들의 정서를 이끌어가는 수동적 위치보다, 대중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호흡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모든 지적자산을 자신의 예술세계를 가다듬는데 투자했던 것이다.
“잔 재주가 많으면 큰 재주가 없다”는 그의 말은 장수가 치열한 싸움판에서 단련된 내공 덕분에 여유로워진 겸손함이다. 예술현장에서 이재수가 추구하는 활동의 스케일은 현 예술계의 안일한 풍토를 비웃기라도 하듯 튀는 활동이 많았다.
예리하고 무서운 논객에서 예지력 있는 미술인으로
이재수가 6년 전 홈페이지 문을 닫고 웹상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최근 홈페이지를 다시 개설했다. 그는 첫 인사로 “인터넷 공간이 작가에게는 외로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미술인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을 하는데도, 경험상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품활동과 관련된 모든 대상들을 정리하고 기록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소통도 함께 할 것이고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할 것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이재수가 웹상에서 몇 년 사라졌던 이유는 자신만의 미술세계 구축을 위한 훈련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붓 한 자루로 세상을 평정하겠다는 순수미술인들은 사회를 알고 미래를 바라보는 예지력을 갖기 위한 노력에 소홀한 편이다. 그러나, 이재수는 작가로서 예지력을 키우기 위한 밑거름까지 준비되어 있고 어느 미술인들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아 주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샘나도록 부럽다.
웹상에서 예리하고 무서웠던 논객이 아닌 예지력 있는 미술인으로 돌아온 이재수. 홈페이지에 가면 사람냄새가 나고 정제된 미술활동도 보이고, 예술인으로서 이 사회에 요구하는 주문방식도 세련되었다. 숨겨놓았던 작품들도 보이고 나름대로 축적한 예술관을 비롯해 작가의 삶까지 감상자와 공유하고 있다.
작가 프로필 사진 한 장과 그림 몇 점 올려놓은 지극히 평범한 미술인 홈페이지는 인터넷 공간에서 정보로서의 가치도 미약하다. 대중들과 소통을 통해 미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이재수의 감각적인 역량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프로필.
이재수(1967~) : 개인전 6회, 국내외 기획단체 전 다수, 미술연구논문 10여편 발표, 저서 '미술과 논리', '미술작품촬영연구', '시각문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