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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그제가 한글날이었습니다.
오래 전(90년대)에 문화예술 정보교환을 위해 pc통신(나우누리) 동호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동호회에서 제 글이 딱딱하고 현학적인 표현들이 많다는 지적을 문인들이 자주 했습니다. 언어의 선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국어사전을 자주 떠들어 보면서 글쓰기 공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어사전마다 뜻풀이가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수록되지 않은 단어들도 많았습니다. 어느 국어사전이 잘 정리가 되어 있는지 여기저기 자문을 구했더니 많은 분들이 신기철, 신용철(형제) 선생이 편저자인 새우리말큰사전(사진, 삼성출판사)이 가장 정리가 잘되어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전을 구하려고 서점에 갔더니 이미 절판된 지 오래고 헌책방에도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전을 구할 수 없다는 하소연을 어느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편저자인 신기철 선생님의 가족 한 분을 알게 되었고 가족의 소개로 선생님이 소장하고 있던 사전을 한글날 직접 선물로 받았습니다.
당시 선생님에게 책을 선물받고 나서 감사의 표시로 그림 한 점을 선물했습니다. 선생님은 선물받은 그림을 서울의 작은 연구실에 걸어 놓고 좋아하셨는데, 4년 뒤인 2003년도에 돌아가셨습니다.
*국어학자 신기철(申琦澈·1922~2003)
선생은 춘천고 재학 당시 항일 비밀결사체 '상록회' 사건으로 2년 6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그 시절 "민족 발전은 고유의 언어·문화를 올바로 알고 지키는 데서 비롯된다며 국어·한국학·한국문화사전을 만드는 데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선생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강의를 잠시했었고, 사전 편찬에만 전력해 《표준국어대사전》(을유문화사·1959) 《새우리말큰사전》(삼성출판사·1975)을 펴냈습니다. 이런 공로로 대통령 표창(1977) 건국훈장 애국장(1990)을 받았습니다. 2003년 북한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미국 LA에 머물던 중 별세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