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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가 시대를 부른다어느 시대나 이욕, 이간에 능한 간신들이 득세하고 설쳐


[책 이야기] 사무실 탁자 위에 나뒹굴고 있던 책이 한 권 보였다. 청소하다가 책장에서 꺼내놓은 책인지, 누군가가 슬그머니 놓고 간 책인지 출처가 불분명했다. 책 내용은 조선시대 사신들의 철학이나 행적들을 기록한 것으로 익숙한 작가들의 삽화까지 그려져 있어 내용이 쏙쏙 들어왔다.

 

책 속의 등장인물 중에서 조선시대 개혁사상가인 정암 조광조를 논한 내용을 보면 이렇다(정옥자•금장태•이광표 외, ‘시대가 선비를 부른다’, 효형출판, 1998, p.31~42).

 

사람들은 그를 두고 ‘광자(狂者)’, ‘화태(禍胎)’라 불렀다고 전한다. 미친 사람이라거나 화를 낳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원칙과 상식을 일치시키려 하다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미친 사람으로 불리는 것이 당연했다.

 

성리학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던 조광조는 조선 중기 정치세력인 사림(士林)의 집권세력이 훈척의 비리와 부도덕성을 비판하고,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이’ 추위와 굶주림에 신음해야 했던 당시 생활을 성리학적 이념과 제도로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조광조는 성리학에서 이상으로 여기는 요순 삼대(堯舜 三代)의 정치만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관직에 나아가 이를 실천했다고 전하고, 사정의 최고 책임자인 사헌부 대사헌에 오르자 개혁의 강조를 한 단계 높였다고 전한다.

또한 그는 사회 모순심화의 근본 원인이 사장(詞章)을 중시하고 도학(道學)을 경시하는 풍토, 예의 염치를 잃어버리고 이욕에 빠져드는 사회풍토에 있다고 보고, 이 같은 잘못된 사회분위기 혁신을 위해 도학을 높이고 인심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현대적인 정서에 비춰 말하자면, 학문의 근원을 따르면 인심이 바르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학문에 없는 삶은 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즉, 단순하게 말하면 원칙이나 상식을 벗어난 나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조광조의 개혁성은 일시적으로 뿌리를 내리려 했지만, 간신들의 모함으로 개혁은 실패했다. 조광조의 몸은 서른 여덟의 젊은 나이에 저잣거리에서 육신이 찢기는 비극도 맞았다.

 

귀양 가 있던 조광조에게 사약을 받으라는 어명이 내려졌다. 이를 들은 조광조는 “임금이 신에게 죽음을 주시니 반드시 죄명이 있을 텐데, 청컨대 그것을 공손히 듣고서 죽겠노라”고 말한 뒤, 뜰 아래 내려가 북쪽을 행해 두 번 절하고 꿇어 엎드려 전지(傳旨)를 받았다. 목욕하고 새 옷을 갈아 입은 다음, 자기 집에 보내는 글을 쓰는데 한 자도 틀린 것이 없었다. 조광조가 조용히 죽음에 나가면서 부탁하길 “내가 죽거든 관을 두껍고 무겁게 하지 말고 얇게 하라. 먼 길에 운반하기 힘들까 두렵다”라고 했다. 금부도사가 죽음을 재촉하자 조광조가 탄식하여 이르길, “옛 사람엔 임금의 조서를 안고 전사(傳舍)에 엎드려 울었다는 이도 있는데, 도사는 옛 사람과 다르단 말인가” 그러나 일어나서 글 읽기를, “임금 사랑하길 어버이 사랑하듯 하고/나라 걱정하길 집안 걱정하듯 했도다/ 하늘의 밝은 해가 이 땅을 굽어보니/나의 참마음 밝게 밝게 비추리라”하곤 약을 마셨다. 독주를 마시고 드러누워 일곱 구멍으로 피를 쏟고 죽으니...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조광조의 개혁의지는 절의와 죽음으로 끝났지만, 결코 실패한 개혁이 아니었다. 조광조의 정신은 후에 길이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그가 죽고 오랜 세월이 흘러 숙종이 읊었던 추모시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죽음에 임하시어 님이 남긴 말씀을 생각하니/눈물이 앞을 가려 흐르더니 선생이 남기신 글을 읽어보니/그 높은 도덕 이제야 알겠노라/조정의 신하들은 모두 다 우러르고/초야의 아낙네도 님의 뜻을 존경하네.

 

이 추모시는 조광조가 죽음에 임해서도 얼마나 당당했는지를 암시해 준다. 그 당당함은 이긍익(李肯翊, 1736~1806)이 1797년에 펴낸 ‘연려실기술(燃黎室記述)에 잘 나타나 있다고 조광조를 논한 필자는 전했다.

 

조광조의 희생은 결국 개혁을 원하지 않는 기득권층과 천하의 무식한 간신배들의 작품이지만, 역사적 평가는 간신배들도 조광조를 더욱 빛나게 일조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역사적 인물은 이욕, 이간에 능한 간신배들의 이간행위가 낳는다라는 사실로 위안 삼아야겠다./숲

조회 수 :
1647
등록일 :
2009.11.02
18: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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