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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할 즈음부터 급작스러운 일들이 많아 달마다 날아오는 정기간행물과 전시회 알림책(카다로그)이 우편봉투도 뜯지 않은 채 한 쪽 구석에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한꺼번에 해치울 욕심으로 질펀하게 바닥에 앉아 봉투를 하나씩 뜯었다.
<월간미술>2010년 6월호 표지에 덩치 큰 항공모함이 푸른 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그림이 실려 있었다. 육중한 몸과 익숙하지 않은 형태들로 구성된 작품이다. 대상의 사실적 묘사에 충실하고 작가의 테크닉 넘치는 작품이다.
잡지의 표지작품 선택에는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 듯하다. 정기간행물이 매체 특성상 시의성 있는 자료의 제공이 필수라지만, 순수미술잡지에도 천안함의 충격은 표지편집의 변화를 가져왔다.
표지에 실린 항공모함의 그림은 천안함 사건 이후에 제작된 작품은 아니다. 김지원 작가가 2007년 제작한 작품인데, 천안함 사건이 한 작품과 작가의 존재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한 편집이다.
잡지사 편집의도의 궁금증을 참다못해 편집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6월호 표지그림과 천안함 사건과 연관성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판단하기 나름이다"라며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책 속에 해당 작가의 리뷰도 실려 있는데, 천안함과 연관성 있는 내용은 없다. 군함, 항공모함, 비행기, 송수신탑 등과 같은 군사적 관계에 있는 대상을 이미지화 하고 있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군사장비들의 웅장함과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생소한 이미지의 전달을 위한 작업인지는 알 수 없다. 전쟁장비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과 일상화되지 않은 이미지의 기록을 위한 작품인 점은 분명하다.
작가의 리뷰를 읽으면서 내심 기대했던 것은 '미술은 전쟁을 거부한다'는 메세지의 역할을 기대했는데, 감상자가 작가의 속마음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매체의 입장에서는 독자들에게 시기적으로 관심을 끌기 위한 표지작품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하면 독자들에게 천안함과는 연관성이 없는 작가를 '천안함 작가'로 각인시키는 우를 범할 소지를 남겼다./이재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