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소통 - 시각문화 - 잡동사니
Los Angeles County Museun of Art
*이글은 2000년도에 작성된 글입니다.
미국에 체류하면서 두 번째 찾아간 미술관이다.
Getty Center에서 나오면서 기가 죽어 있었는데 LACMA의 규모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급기야 그곳에서 동부 쪽에 가려던 여행 일정을 다음 기회로 미루기까지 했다. 크고 작은 화랑들까지 돌아보려면 아무래도 한 두 달 가지고는 턱없이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았다. 또 많은 곳을 겉만 훑어보며 돌아다니는 것보다 하나를 보더라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LACMA는 주변에 다른 미술관들도 많아서 날 잡아 서너 번은 더 찾아 가야될 정도로 방대했다. 찾아간 첫 날은 미술관에서 입장권을 사려고 길게 줄 서 있었는데, 그 광경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스포츠경기나 연예인 콘서트라면 몰라도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한 표를 사는데 50여 미터쯤 되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는 사실은 나를 흥분시켰다. 미리 예약을 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미술관에 입장권 없이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는 회원권도 있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어갈 수 있는 회원권이라... 글쎄 수영장이나 헬스클럽이라면 몰라도 우리 나라 같으면 그 미술관 회원권을 살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30여분 넘게 줄을 서 있다가 입장권을 샀다.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각 층마다 여러 개의 방에 국가별로 회화, 조각, 공예 등을 함께 묶어 전시하고 있었다. LACMA에도 유럽미술 작품들이 가장 많았다. 1, 2층 전시관을 돌아보는데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이태리,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미술은 너무도 익숙했다. 그곳도 인상주의 작가들 작품이 모여 있는 방에는 감상자가 많았다. 어디 가나 인상주의 작가들은 샘이 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LACMA에서는 미국미술 작품을 몇 점 볼 수 있었다. 전시장 구조가 복잡하여 몇 층인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미국미술작품을 전시한 방에서 팝아트 거장이라 일컫는 앤디워홀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엘비스플레스리 사진과 마를린 먼로 사진을 캔버스에 실크 인쇄한 작품들로 흔히 잡지책이나 전문서적 등에서 많이 소개되었던 작품이었다.
책에서 보던 느낌과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나 가까이에서 세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미로처럼 이어져 있는 각 전시실을 헤집고 다니다가,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 3, 4, 5층 전시관은 다음에 다시 찾기로 하고 지하 1층 전시장으로 내려 왔다.
지하 1층은 중국미술작품들과 그 옆에 한국미술 전시관도 볼 수 있었다. 한국미술을 전시한 방은 다른 나라 전시관에 비하여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작품수가 많지 않아 전시관을 작게 꾸민 이유가 있겠지만, 감상자들 발길이 많지 않은 지하층 구석에 마련된 전시장이 왠지 쓸쓸한 분위기를 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옆에 있는 중국미술 전시관은 그래도 크고 작은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함께 동행했던 미국인 친구가 한국미술과 중국미술이 비슷하다고 말하는데 그 구분을 한 참 설명하고 있으니까 주변에 감상자들 몇몇이 몰려들어 물어보는 바람에 ‘버버거리는’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설명하느라 혼줄났다. 중국미술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작품은 옥공예나 중국절경을 그린 산수화, 그리고 여인들이 장식했던 촘촘한 액세서리 등이 볼만했고, 우리 미술도 산수화 몇 점과 병풍, 생활가구들, 그리고 백자, 청자 등이 말없이 전시장을 지키고 있었다.(2000)/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