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였던가? 출강하는 대학 교양과목 미학개론(야간) 수업시간에 학생 5~6명이 한 조(강의 첫날 전혀 모르는 다른 학과 학생들끼리 남녀가 섞이게 강제로 조를 짜줬음)를 이뤄 한 한기동안 발표한 퍼포먼스의 감상평으로 당시 운영하던 이재수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글입니다. 글을 보시고 작품을 상상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이곳에 자료로 올립니다.

 

작성: 이재수

 

1조.
제목: 반전
이름: 고현선, 김영민, 설권한, 윤성로, 이재선


어릴 적 향수는 누구에게나 코믹하고 간지러운 기억들이 많습니다. 벌써 성인(?)이 되었다고 우쭐거리며 지난날을 회상하며 우스꽝스런 기억을 더듬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원들이 불을 끈 상태에서 관객들에게 어떠한 행위가 진행되고 있는지 눈치챌 수 있도록 하고, 어둠 속에서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을 소모한 것도 작품진행과정상 적절한 타임이었습니다. 불이 밝혀지고 난 뒤에 어둠 속에서 진행되었던 행위와는 전혀 다른 행위를 이끌어내면서 의도했던 반전의 효과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시작 부분에서 벽에 오줌을 갈기면서(?) 나눈 대화와 물소리 효과로 상황설정이 가능하였습니다.
조원들의 의도는 극적인 반전으로 인한 감동보다는 코믹한 쪽에 초점을 맞춘 듯합니다. 불을 밝힌 이후, 비누방울총으로 물방울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의도까지 만족할만한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1조는 조원들이 퍼포먼스에 대한 실전경험이나 감상체험이 없는 상태에서 발표한 작품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또한 이후에 발표할 조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발표 준비기간이 다른 조에 비하여 가장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품구성에 대한 아이디어와 조원들의 기획력을 높이 삽니다. 단, 1조원들과 저만 알고 있었던 비밀(?)이 다른 조원들한테까지 새어나가 "세상에 믿을 인간들 한 명도 없다"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답니다.^^


조원들이 전공이 전혀 다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의견들이 하나로 모아질 수 있는 팀웍과 맨 먼저 발표를 해야 하는 불합리한 조건에도 착실한 준비였습니다.

 

2조.
제목: 탄생-삶-죽음
이름: 임민정, 백정미, 서주영, 김은하, 장석현

 

현대사회에서 영상매체의 득세는 예술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에게 있어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는 딱히 답을 내릴 수 없어 각기 접근 방법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접근 방법이 각기 다르다해도 하나로 좁혀지는 사상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안에는 인본주의 사상을 갈구하는 내면적인 삶들이 들어있습니다. 종교, 철학, 예술 등을 통하여 얻으려는 삶의 최종 목표는 인간 존엄성을 강조하는 인본주의입니다.


2조가 영상매체를 통하여 발표한 작품은 인본주의 사상을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시했던 사진들이 주로 서양인의 낯짝들이라서 메시지 전달효과가 단순하게 다른 인종의 삶으로 대신 보여주는 현상으로도 비춰졌습니다. 예술작품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재료를 가져오는 것이 관객들의 머리 속을 뒤집어 놓거나 휘어잡기에 수월합니다. 그것은 관객과 최대한 사고의 폭을 좁히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끝자락에 "마침표"가 그날 하루 종일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때로는 숙연한 감정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심오한 표현으로 생명의 탄생에 대한 신성한 기운까지 흘려 내는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기 위해 사용한 촛불도 입체적인 작품구성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2조도 1조와 마찬가지로 실전경험이나 감상체험이 없는 상태에서 준비한 작품이라 아이디어나 작품구성 능력을 떠나 의욕 있는 기획력를 높이 삽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아이의 귀여운 발바닥 사진이미지가 아직도 머리 속에서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사진, 음악, 컴퓨터 등 첨단기술을 총동원해야 가능한 작품이라는 것도 의미 있는 구성입니다. 조원들이 아이디어 교환할 때 "길사진"으로 삶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내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는데 자뭇 궁금해지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더불어 작품제작 소요시간이 8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는데 작품 하나 만들어내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 더욱 뜻깊은 일입니다.

 

3조.
제목: 수업의 난감함
이름: 조연정, 강희재, 김미숙, 성시훈, (한정길)

 

피교육자들이 주입식, 또는 수동적인 교육에 익숙하여 각자의 사고교환이나 교육현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자는 피교육자들의 생각을 하나로 묶어놓고 일방적으로 길을 나서게 됩니다. 그런 교육현장에서 피교육자들은 교육자들의 판단력이나 지적능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실상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교육자는 안전한 교육을 위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고, 스스로의 자기계발 연구에만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교육현상으로 말미암아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사고차이가 심하게 벌어집니다. 급기야는 같은 테두리 안에 있으면서도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의견 대립이 세대차이라는 극단적인 현상으로까지 몰고 갑니다.


3조가 보여준 '수업의 난감함'은 교육현장에서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라는 결론입니다. 익숙하지 않는 수업방식이나, 안일하게 수업을 대처하려했던 속마음을 솔직하게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여 개인적으로도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촛불 네 개를 켜놓고 나눈 대화내용은 피교육자들이 교육에 주도적인 참여를 위한 논의라는 것이 만족할만한 성과입니다.


작품의 구성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치밀하게 계획한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촛불을 켜고 끄는 순서가 각기 다르고, 초조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조원 한 명이 라이터를 돌려 촛불이 위태롭게 흔들리게 하는 묘사는 썩 인상 깊은 연출이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작품설명을 하면서 "미학개론 수업 덕분에, 모르는 학생들끼리 작품발표 준비를 하면서 인간관계에 많이 도움이 되었다"는 아부성(?) 발언이 있더군요. 아부성이 아닌 진실된 인간관계들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3조에는 "미학개론 지각왕"^^ 학생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지친 모습으로 퇴근하여 수업에 들어오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학생이 있는 조입니다.

 

4.조.
제목: 사랑과 이별;사랑과 이별의 양면성
이름: 박인후, 박준석, 최국민, 김대현, 염혜영

 

예술작품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던 소재가 `사랑'입니다. 어느 누가 사랑의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있겠습니까?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많이 논의되어 왔으면서도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대상입니다. 반대로 각자 추구하는 사랑의 정의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생각의 일치가 하나로 좁혀지지 않으니 정의가 내려지지 않을 수밖에요.


4조 조원들이 호프집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보여준 작품은 사랑이야기입니다. 퍼포먼스가 연극분위기로 치중되어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분위기는 실속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자의 과격함과 대비되는 남자의 느끼함(?)을 대조적으로 표현하고, 후레쉬를 이용하여 조명효과를 내는 등 온갖 응용된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준비물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필기구, 맥주, 종이컵, 병따개, 라디오, 핸드폰, 후레쉬, 안주, 벽에 걸린 그림, 담배, 라이터 등.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도 남을 만한 소품을 준비한 열정과 성의에 작품성을 떠나 할 말이 없게끔 만들어버렸습니다.


극적인 반전보다는 찡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연출이었다는 생각입니다.(솔직히 저는 사랑이 뭔지 몰라서 찡하지 않았음^^) 사랑과 이별의 양면성을 준비한 소품(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부제의 설명이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소품이 반드시 필요한 퍼포먼스에서는 소품선택이 가장 큰 골칫거리입니다. 자칫하면 그저 인테리어 정도로 끝나기 때문에 의도했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으면 의욕을 잃게 마련입니다. 극중 대화내용과는 별도로 각기 다른 색채로 표현한 벽그림에 관심이 모아지고 그림의 표현내용이 궁금하였으나,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었다는 점이 작품내용까지 신뢰하게 되는 현상을 가져왔습니다.


연기 훌륭했습니다. 코믹한 연기에서부터 숙연한 분위기까지. 군입대를 위해 여자를 보내는 장면과 이별 뒤에 슬픔을 전화로 전달하는 연기들까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정관리가 조금 미흡했다는 것입니다. 인정하시죠? 이별하는데 웃으면서 이별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표정관리는 작품 평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5조.
제목: Mad War
이름: 양수정, 윤지원, 김경석, 전정대, 노지영

 

예술은 추상적으로 상상하여 가상현실을 만들어내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예술이란 결코 현실적인 삶을 떠나 논의  될 수는 없습니다. 처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들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삶을 엮어내기 위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보여주는 수단으로도 이용됩니다. 비판적인 시각이나 긍정적인 시각의 판단은 작가들의 몫입니다. 정치, 언론, 학술 분야 등에서 각기 표현하는 방식이나 추구하는 사고가 다르듯이 예술작품들도 추구하는 방향이 모두 다릅니다.


5조의 발표작품은 예술작품을 통하여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특성상 부분적인 묘사보다는 전체적인 구성에 관심이 모아지는 작품입니다. 무대에서는 피켓을 들고 있고, 여학생 한 명은 관객들 속에서 가위바위보를 하여 승자와 패자를 결정했을 때만해도 전쟁과 관련된 포퍼먼스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동원된 관객들이 피켓을 향해 계란을 던지는 것을 보고, 어떠한 반항의 메시지가 아닌가하는 추측을 하게되는 구성이었습니다. 동원된 관객들이 전쟁참여 의미로 계란을 던진 이후 `전쟁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클라이막스까지 전체적으로 흠이 없는 작품구성이었습니다.


앞서 발표한 3. 4조의 메시지 전달방식은 언어를 통한 부분 묘사에 충실하여 성공한 작품이라면, 5조의 작품은 행위자체로서 전체적인 작품내용을 구성하는데 성공한 셈입니다.

 

6.조.
제목: 감옥
이름: 한세희, 홍성용, 박상원, 안효식, 김미정

 

현대사회는 쇠창살 없는 감옥입니다. 감옥이라는 용어자체가 부담스럽지만, 구속된 삶을 원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어딜 가나 보이지 않는 쇠창살이 있다고 합니다. 감옥을 가보지 않은자들이 감옥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능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설마 그곳에 다녀온 적은 없을 터이고, TV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겠죠?


6조의 작품은 미학개론 수강자 전부가 참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을 죄수로 만들어 놓은 퍼포먼스는 서로의 위치를 바꿔보자는 의도와 관객들을 우롱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쇠창살에 갇힌 죄수들만 보았지 실제 우리가 갇혀 있는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이 갖고 싶지 않은 감정을 이입시키는 효과를 충분히 발휘했다는 생각입니다. 관객과의 소통을 전개하기 위해 즉흥적인 죄수선택(?) 등으로 인하여 흥미진진한 연출이 이어졌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죄수번호까지 관객들의 학번으로 선택한 것은 철저하게 관객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구성이었습니다. 디스플레이도 훌륭했습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여러 개의 쇠창살과 사법기관이라는 이미지를 풍기기 위해 사용한 경광등을 비롯하여, 출연자의 줄무늬 유니폼까지 충실한 기획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 제목의 선택이었습니다. "감옥"이라는 상투적인 표현보다는 리얼한 퍼포먼스라는 점을 감안하여 제목은 추상적으로 갔다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작품 제목을 붙이는 일은 작품을 구성하는 일보다도 더 힘든 일입니다.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제목을 붙이는 요령을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작품 내용이 추상적이라면 제목은 사실적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추상적인 이미지를 제목에서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작품이 리얼한 묘사를 중심으로 제작된다면 제목은 추상적인 용어로 선택해야 관객들이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령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강요는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이런 생각을 고집하는 것을 보니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7조.
(조원들의 엠티로 인하여 발표를 한번 연기함)
(조원 한 명이 조친상을 당하여 또 한번 연기함)

 

8조.
제목: 로또
이름: 임태연, 유지원, 김대성, 이은영, 장경자

 

프로작가들의 퍼포먼스는 대부분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어떠한 행위를 보여주는 유형이 많습니다. 퍼포먼스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행위를 통하여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정동요를 일으키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 유형은 마땅히 정해진 룰이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도 관객의 감정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퍼포먼스입니다.


그런 점에서 8조의 발표작품은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행위만이 퍼포먼스가 아니라는 사례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조장을 제외한 네 명의 조원들이 관객 속에 숨어서 미리 계획한 특별한 행동을 약속하고, 관객들은 조장이 건네준 종이에 관객 속에 숨어 있는 조원의 얼굴을 그리게 하는 일종의 묻지마(?) 게임과 같은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술책(?)으로 숨어 있는 조원의 얼굴을 그린 사람에게 한 봉지 2,391알(?)이 들어 있는 죠리퐁을 상품으로 내걸었는데, 로또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는 작품구성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난해한 연출이나 준비된 행위들이 없어서 아주 쉽게 발표를 끝낸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구성 자체를 자세히 뜯어보면 조원들의 많은 고민 끝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는 생각입니다. 6조(감옥)와 마찬가지로 관객 전체를 작품구성 요소에 포함시킨 점이나 퀴즈형식을 작품으로 연결한 점을 높이 삽니다.


숨어 있는 조원들의 특별한 행동들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관객 속에 숨어 있던 조원들 가운데 조장과 약속한 행위를 지키지 못한 친구가 있습니다. 관객 속에서 조원의 핸드폰이 울려야 하는데 선생 핸드폰이 대신 울렸습니다.

 

9조.
제목: 얼마나 좋을까?
이름: 김소영, 노영진, 김현정, 이병일, 권계희

 

현대인들의 초상은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군상들이 도가니에 갇혀 울부짖는 모습입니다.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가 행복 추구라고 하지만, 행복은 반드시 물질로 얻어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행복한 삶. 그것은 내 안에서 내 판단으로 규명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9조의 작품은 현대사회의 일상을 세 막으로 나눠서 리얼하게 연출을 했습니다.


1막 2막은 우리가 흔히 보고 느낄 수 있는 현상들을 빠르게 진행시키면서 부분부분 각자의 목소리들을 묶어서 내보였습니다. 전화기소리의 환청, 현대인들이 달고 다니는 소음, 분주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은 우리들의 초상이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막(벽에 똥칠하기)은 우리들의 미래라는 생각입니다. 1, 2막과는 대조적인 구성으로 작품의 절정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파악됩니다. 1, 2막에서는 작품구성에 따른 무리한 욕심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여 약간 혼란스러운 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3막에서 노영진 어르신(?)이 연출한 "벽에 똥칠하기"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현대인들의 일상이 자뭇 숙연해지는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리얼했던 연기라서 앞의 1, 2막의 주요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또한 노영진 어르신의 그 충격요법이 세 막의 연결 부분에서 모호했던 것을 일소해버리는 평가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업시간에도 말했듯이 3막 한 편으로도 충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9조의 작품에서는 조원들 전부가 행위에 참여하여 몸으로 때웠던 점을 높이 삽니다. 1막, 2막, 3막의 전체적인 내용이 약간 안 맞아 돌아가는 듯한 느낌은 있었으나, 조원들의 의욕이 넘쳐 한 팀에서 세 작품 분량에 해당하는 양을 준비한  열의는 대단했습니다.

 

7조.
제목: 진담???
이름: 정재호, 남성우, 한기영, (송인숙)

 

대학 신입생들이 엽기적인(?) 교양수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여 약간의 호기심을 갖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빈 강의실을 찾아서 술판을 벌이고, 약간의 건달끼(?)까지 겸비한 친구들의 불만 섞인 퍼포먼스.


안타까운 것은 발표할 때 준비한 소품(안주)이 왜 과자부스러기냔 말입니다. 술안주로 과자부스러기만 먹다보니 우리 나라 대학생들 속 다 버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음부터는 편의점에서 파는 족발이라도 준비해서 속을 챙기시기 바랍니다. 소품으로 소주 세 명을 준비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마실 때 지들끼리만 마시고 관객들이나 선생에게는 한 잔도 권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 아시죠? 관객들에게 술을 권했다면 관객과의 소통이 탁월했다는 평가가 있을 뻔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3조도 준비한 소품을 조원들끼리만 나눠마시고 관객들에게 한 잔도 권하지 않았군요.^^ 농담이고요.


적응하기 힘든 수업 뒷이야기를 작품으로 구성한 점 괜찮았습니다. 다만, 앞서 발표한 3조의 "수업의 난감함"과 비슷하여 관객들에게는 이미 감상체험이 있는 작품이라서 감동이 덜 했겠다는 생각입니다. 7조원들이 3조가 발표할 때 한 명도 감상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드네요~ 출석부는 출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네요^^;


한 가지 특별한 점도 있었습니다. 발표 중에  작품구성요소에 포함되지 않은 조장의 전화기가 울렸는데 자연스럽게 위기를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또한 대화중에서 나눈 퍼.포.먼.스.의 사자성어 뜻은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7조는 운이 없어서 조원 남학생 3명이 모두 같은 학과이고, 한 명은 결석을 하여 3명이 발표를 준비하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조원을 구성해 줄 때, 같은 조에 같은 학과가 두 명 이상 있는 조는 말하라고 했었는데, 그 때는 입을 뚝 따고 있다가 이제 와서 다른 학과 학생이 한 명도 없다고 불평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다 복꼴복입니다. 각기 학과가 다른 학생들끼리 구성된 조에는 <커풀>도 생겼다지요? ^^ 이래서 눈치가 없으면 여자친구도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신입생들이라서 경험이 없고, 작전(?)을 들어가 본 적이 없을 것이라는 이해를 합니다. 발표는 난이도나 기획력도 중요하지만 참여하는 데 그 큰 의의가 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발표인원이 같은 학과 3명이라서 아이디어 교환에 상대적으로 다른 조원들 보다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0조.
제목 : 同化
이름: 이연아, 김종대, 오남석, 정하늘, 이기영

 

우리는 눈을 뜨면 색이 보입니다. 작은 반딧불 하나만 있어도 색채를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색채연구가 만리오 브르자틴(Manlio Brusatin)은 "색들의 보석상자는 외양(外樣)들이 조그만 세상이다"며 색채이미지 관찰이나 분석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색채에 대한 논의는 인간의 시각만족에 관한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10조가 발표한 작품의 주요구성 내용은 조원들끼리 색깔논쟁(?)을 벌이다가 함께 색채놀이를 즐기고 나아가 관객들과 함께 색채놀이를 즐기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몸에 물감을 바르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있습니다. 그러나 각기 의미를 달리한다면 색과 관련된 퍼포먼스는 다양한 내용으로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10조의 작품발표도 그 중에 하나의 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색채놀이를 통하여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내려고 준비한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의 시큰둥한 반응을 차단하기 위해 사탕과 초콜릿으로 유혹했던 점도 관객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열의에 찬 작품을 보고도 별 감정동요를 느끼지 못하는 관객 표정을 보면, 작가들은 힘이 빠지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점들까지 감안하였는지 생소한 놀이를 관객과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도된 작품을 구성할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다만 색채놀이에 대한 의도를 좀 더 명확하게 심어주었다면  더 훌륭한 작품이었겠다는 생각입니다. 단순히 색을 칠해보고 물감의 성분을 파악해보는 정도라면 경험이 있는 관객들은 별다른 감정동요가 없을 뻔했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의 감상능력을 감안할 때는 성공한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TV CF를 보다가 발견한 사실입니다. 10조의 색채놀이 작품이 "생활문화기업 CJ" CF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작품의 모방과 응용은 패러디개념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경험이 없는 자들에게는 다른 작품을 응용해 보고 직접 체험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창의력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체험을 바탕으로 응용된 작품 안에서 창작이 나오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체험은 예술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11조.

제목 : (없음)
이름: 오치훈, 이정순, 이희승, 윤연주, (김남주)

 

백남준 선생이 활동하던 그룹 플럭서스가 있습니다. 「플럭서스(Fluxus)는, 그 단어 자체가 흐름, 변화, 움직임의 뜻을 나타내듯이, 한 마디로 그 성격을 규정지을 수 없다. 플럭서스를 명명하고 조직한 `미키우나스'에 의하면, 플럭서스는 사회적 집단주의, 반개인주의, 반유럽주의, 반직업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주의적 예술운동이다. 플럭서스는 무엇보다 인생과 생활에 직결되는 삶의 예술을 지향한다. 예술을 관념주의와 형식주의의 허구로부터 구제하기 위하여, 관념보다는 행위를 형식보다는 내용을 택하고, 그럼으로써 예술을 "인생의 모든 양상을 드러내는 마술의 거울"로 간주한다. 이렇게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플럭서스는 백남준 해프닝의 활동무대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비디오아트를 탄생시키는 모체가 되었다」
백남준 예술을 정리한 책의 부분을 인용했습니다.


11조에서 오치훈 학생이 발표한 작품은 위 플럭서스의 이념과는 약간 다른 양상이지만, 표현했던 행위의 외양은 백남준 선생이 1961년 독일 Schmela 화랑에서 열린 Zero 그룹 개막식에서 발표한 퍼포먼스 <Zen for Head>와 흡사한 작품입니다. 머리카락을 붓으로 사용하여 기어가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당시 그렸던 작품은 현재까지 바스바덴 미술관에 소장 전시중이기도 합니다. 이후 1985년 덴마크 로스킬드에서 플럭서스 페스티벌이 열렸을 때에, Ben Vautier라는 작가가 백남준의 <Zen for Head>를 재연하게 되었는데, Ben Vautier은 무대에서부터 복도까지 깔아놓은 "화선지" 위를 기어가면 표현주의적인 몸짓으로 열연하였습니다. 당시 플럭서스 그룹은 무명성(無名性)의 정신으로 다른 사람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1조의 작품은 과거에 발표된 작품을 Ben Vautier처럼 재현하여 많은 관객들에게 실제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고마운 조원들입니다. 조원들이 백남준 작품을 잘 몰랐다고 하여 더욱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백남준의 예술철학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퍽 인상깊은 발표작이었습니다. 관념에서의 탈피를 통하여 관객들에게 의아한 감정을 주는 일 자체도 관객과의 소통을 주는 일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행위예술의 일종이기는 하나 직접 체험해 보는 일도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구성에 있어서 다른 조원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행위를 하는 자만이 작품구성요소는 아닙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행위자를 돕는 자, 관객까지도 작품의 구성요소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즉 작품에 일부분만 참여했어도 작품 전체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서포터라는 뜻입니다. 오치훈 군의 독특한 개성이 빛을 발하였고, 몸을 아끼지 않았던 희생정신도 개인주의적인 사고로 점철된 요즘 정서에 본받을 만한 일이었습니다.

 

12조.
제목: Art 추모제
이름 : 서미희, 김태형, 박석규, 양인순, 김진목

 

미학은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아름다움을 그 주요한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은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속성인가. 아니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사물인가? 만약 어떤 사물이 아름답다면, 그것을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사물(대상)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객관적인 속성인가, 아니면 그것 덕분에 우리가 갖게 되는 즐거움인가? 우리는 8등신의 미녀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녀는 5등신이나 6등신 밖에 되지 않는 우리들에 비해 늘씬한 몸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미는 대상에 속한 성질인 것처럼 보인다. 가령 8등신이라든지, 롱다리라든지...... 그런가 하면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낀다"라고 말하면서 미를 일종의 쾌감(pleasure)으로 간주하기도 한다.(강미정 미학잡론 중에서)


아름다운 감정의 이입은  소유하지 못한, 또는 발견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되는 데에서 그 가치를 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으로 미적 가치를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한 가지의 미적 이념만을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아름다움의 규정은 결코 동일시 될 수 없는 성질입니다.


12조가 발표한 작품은 관객들에게 작품의 의미 전달을 떠나 어떤 대상이라도 아름다운 행위를 창출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해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나마 관객들의 감정을 하나로 묶어 놓고 집중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생각도 합니다.


작품 구성상 "예술"에 대한 애도의 표시를 시위성 작품으로 이끌어 내야하는 시나리오를 훌륭하게 소화해냈습니다. 기존의 행위(추모 및 조문)를 모방하여 그 행위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감정들을 작품전체 내용으로 적용시킨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예능과목들이 사라지고, 이로 인하여 사회 정서 또한 메말라 간다는 현상을 추모하며, 안타까운 사실을 관객들에 보여줌으로써 교육의 문제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퍼포먼스의 무게는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많은 생각과 과제를 남겨 주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합니다. 또한 관객들에게 어떠한 대상에 대하여 해결방안을 찾아 볼 수 있게 유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위 자체에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1조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주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의견을 제시한 작품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조원들이 의상을 검정색으로 통일한 점도 작품에 무게를 한층 더했습니다. 색채감정에서 검정색은 모든 색을 수용할 수 있는 큰그릇을 가지고 있는 색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검정색은 근접하기 힘든 위엄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중후한 느낌이 드는 이유도 바로 이런 색채감정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 외 작품을 구성하기 위해 동원된 독특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도종환 "님에게"라는 문학작품을 퍼포먼스의 구성요소에 포함시켜 더욱 감정의 폭을 확장시켰고, 흘러나오는 대중가요 가사내용의 의미를 비롯한 섬세한 구성은 제작기법상 높이 평가할만한 내용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의 끝마무리에서 절정을 내보이기 위해 비둘기를 날렸던  대목에서는 보는 사람에 따라 약간의 의미혼동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13조. (조원들의 사정으로 인하여 발표 연기)

 

14조.
제목: 분출
이름: 육혜운, 신동원, 이선희, 이화주, 이은선, 박성현

 

퍼포먼스에서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보다 과장되게 표현하여 리얼한 작품을 구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상황과 똑같게 만든다면 그저 밋밋한  작품이 되기 일쑤입니다. 14조의 작품은 실제상황을 연상케 하는 대상들을 과장시킨 표현으로 충분히 설득력 있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은 당사자들이 현실에 직면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이부대학 학생들이 많다 보니 직접적으로 느끼는 문제들이고,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4학년 학생들이 닥쳐올 현실에 대하여 두려워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논의를 잠깐 집고 넘어가겠습니다. 철학의 성격을 가장 잘 규정해 줄 수 있는 용어는 "비판적(critical)" 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비판적인 것이란 어떤 대상의 결점이나 약점을 끄집어내어 무작정 비난하는 일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넓은 의미에서 장점과 단점을 잘 가늠해 보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이라는 인문학은 스스로 많은 질문을 하게됩니다. "왜?", "무엇 때문에?" 등등의 용어들이 필연적으로 달라붙어 연구자들 스스로도 힘겨운 논리전쟁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하는 머리가 없다면 삶의 가치에 대하여 질문을 던질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어떤 이념이나 신념을 받아 드릴 때에는 그 자체로 옳다는 사실을 정당한 증거와 추론에 의해 증명해보고자 하는 태도가 필수적입니다. 이는 다분히 학문적인 입장에서 설득력이 가능한 비판적 시각에 대한 잡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별반 차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처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반드시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통찰력이 요구됩니다. 그 통찰력은 신 내린 점쟁이처럼  주어진 재능은 아닙니다. 훈련된 사고의 조절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출. 14조의 작품 제목은 '감정의 폭팔'이라는 의미로 받아 드렸습니다. 현실에 대한 불만은 극복하기 힘든 감정들입니다. 극복하기 힘든 감정들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14조의 작품으로 인해 다양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하여 점검해 보는 기회였습니다. 14조는 조원이 다섯 명이 아니고 여섯 명입니다. 박성현 학생을 제외하면 다섯 명이 4학년입니다.  졸업하기 전까지 감정의 폭팔을 절제할 수 있는 자정능력만 키운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학개론의 퍼포먼스를 통하여 사회적인 불만을 맘껏 해소했다고 생각하시고, 사회를 향한 힘찬 비상을 꿈꾸십시오.

 

13조.
제목: 2+2=5
이름: 전택정, 임지영, 김혜영, 진선덕, (손성윤)

 

작품 제목이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미학이 1+1=2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을 받아 드릴 수도 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은 수업시간에 미리 한 적이 있습니다. 검증된 논리만이 미적 가치기준을 규정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약속된 룰을 지키지 않고 스스로의 계산법을 고집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흔한 일이 아니다보니, 정당한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면 엉뚱한 사람으로 취급받게 마련입니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주장에 대하여 그럴싸한 논리를 제시해도 검증된 계산법만을 신뢰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친 사람 소리를 듣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미학이란 검증되지 않은 가치 기준을 규명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미학적인 입장에서는 어떠한 주장도 한 가지 물음(왜?, 무엇 때문에?)에 답변만 할 수 있다면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곧 작가의 개성을 인정받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3조의 작품에서 보여준 "+1의 양면성"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먼저 발표한 4조의 작품(제목: 사랑과 이별;사랑과 이별의 양면성)에서 양면성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각기 내세운 양면성의 주 대상은 다르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악의 성품이 예술작품에서 꾸준하게 논의대상이 되고 있다는 확인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양면성. 대표적으로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지칭한다거나, 숨기고 싶어하는 구석들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작품의 구성 내용도 흥미를 유발했습니다. 불을 끈 상태에서 음악을 이용하여 관객들이 각자 느끼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모든 행위자체에 아리송한 상상을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예술작품은 관객에게 의도하는 바가 분명히 있게 마련입니다. 의도하는 바가 관객들의 자유로운(아리송한) 판단이었다면 썩 훌륭한 퍼포먼스였습니다. 조원 한 명이 작품설명을 하는 대목까지 퍼포먼스였다는 노련한 작전도 작품의 가치를 더하였습니다.


작품의 구성 내용과 조원들의 의도와는 약간 차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음악을 통한 청각적 공해(또는 즐거움), 후레쉬 조명으로 인한 시각적 공해(여기서는 확실히 공해였음)를 유도하여 황당한 작품이라는 단순한 결론이 나올 뻔했습니다.


겉모양에서 단순하게 결론이 맺어지는 작품은 대체로 심오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을 종합해 보면 13조의 작품은 알 수 없는 심오한 작품이기도 하였습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상황은 관객들은 단순하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한 머리를 깨기 위한 방법으로 심오한 표현은 고단수의 전략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13조가 앞서 발표한 다른 조의 작품들을 면밀하게 분석한 경험을 토대로 어느 정도 고단수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는 흔적이 보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5조.
제목: 베일
이름 : 조지호, 오지형, 김선민, 추재영, 문승두, (김남용),(이상범)

 

아주 간단한 기법을 적용한 대형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 발표작이라서 상당한 기대를 했습니다. 만족할만한 성과였습니다. 다른 조의 작품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미적인 가치나 예술성을 떠나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는 점이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작품이 끝난 뒤에 관객들에게 작품의 구성요소 등에 대하여 묻지 말고 나름대로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말이 없었다면, 억지로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해보는 우를 범할 뻔했습니다.


사실 작품 설명이나 제작방법들은 애써 설명할 이유는 없습니다. 작품설명은 관객들의 판단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판단을 제재하는 요인이기도 되기도 합니다. 작품설명으로 작품의 내용을 명확하게 인지시키는 것은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훌륭한 방법이기는 하나, 한 편으로는 관객들에게 수동적인 입장만을 강요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15조의 "베일"은 마지막 조의 발표작품 다운 걸작이었습니다. 관객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유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15조는 앞서 발표한 작품을 모두 감상한 뒤에 나온 작품이라서 먼저 발표한 작품들의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한 상태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결론입니다..
훌륭한 작품 안에는 아쉬운 점이 더 많습니다. 보다 더 훌륭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기대 심리 때문이겠지요. 관객들의 상상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기획이 약간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작가의 의도를 작품이 진행되기 전에 관객들에게 들키는 일은 내용을 떠나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통로를 좁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강의실 전체를 뒤덮을 수 있는 대형 천으로 조원 한 명이 천을 몸에 휘감을 때부터 작품내용을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 행위가 진행되기 전에 대형 천의 사용용도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관객들은 다음 행위가 어떤 행위로 진행되겠다는 추측을 하게된 셈이지요.
미학개론 수강자들을 하나의 천으로 덮어놓았던 행위. 관객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삽니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예술가들의 기질이 엿보이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조원들이 관객 전체를 보쌈하여 꿈틀거리는 형상들을 시각적으로 즐기고 있었다(조원 한 명이 웃겼다는 말에)는 것은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흡사합니다. 예술가란 어떠한 행위를 통해 스릴 넘치는 쾌감을 추구하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한 학기 동안 밤늦은 시간까지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경험하는 형태의 퍼포먼스들도 있었고, 프로작가들도 창출해내기 힘든 신선한 아이디어들로 인하여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해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순한 감상평입니다. 각 조의 감상평 분량이 길고 짧은 차이가 평가결과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작품 특성상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인 자료에 불과할 뿐입니다. 작품의 기획력, 난이도, 아이디어, 팀웍 등은 혼자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 아닙니다. 수업시간에 전달했듯이 관객으로 참여했던 학생들이 나름대로의 느낀 점을 합하여 평균으로 삼을 예정입니다.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도 똑같지는 않습니다. 각자 작품을 직접 구상하고 기획하여 발표했던 경험이나, 감상체험을 기반으로 형평성 있는 평가를 내리시기 바랍니다. 각 조원들은 조장 주체로 합의를 하여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되는 작품 두 점과 평가서를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평가서에는 조원들의 사인(sing)이 기록되어 있어야 일치된 의견으로 적용하겠습니다. 만약 각 조원들끼리 의견일치가 불가능하다면 각자 평가한 평가서를 조장이 수거하여 제출해도 무관합니다.(조원들끼리 연락이 잘 되지 않으면 이 게시판에서 소식을 전하기 바랍니다.)
한 학기동안 밤늦은 시간까지 고생하셨습니다. 즐거운 방학 보내시기 바랍니다.

 

 

위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학점을 내리기 위해 출제한 기말고사 시험문제입니다.  


얼마 전에 연기군의 어느 사무실에 볼일이 있어서 들렸는데, 거기서 사무를 보던 예쁜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아가씨를 잘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 아가씨가 학생 때 저한테 교양과목 수업을 받고 시험문제가 너무 깨서 자기 이메일에 아직도 보관되어 있다면서 제게 건네주더군요. 저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에 파뭍혀 있는지 몰랐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1번~3번까지는 기본 문제이고요. 나머지는 출석확인을 위한 문제입니다. 학생수가 100명이 넘다보니 대리출석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뒷문으로 몰래 나가면 확인이 불가능하여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시험문제이지요. 이 시험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와 시간을 소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말고사 

 

과목명: 미학개론        학과:               학번:                 이름:

  조:

 


1. 7조 작품(제목:진담???)의 작품 구성요소 가운데 대화 내용에 삽입되었던 사자성어(퍼.포.먼.스.)에 대한 본래의 개념에 대하여 “작품발표 경험“이나 객관적인 근거로 정의를 내리시오.(필수)

2 11조 작품(제목: 없음)에서 보여준 행위는 과거 어떤 예술양식과 흡사했으며, 그 작품에 대한 배경을 역사적인 사실에 입각하여 설명하시오.(필수)

3. 예술비평의 여러 유형과 분석방법들에 대하여 논하시오.(필수)

 

* 4~7번 문제는  2 문제만 선택하여 기술하시오.(선택2)

 

4. 3조(수업의 난감함), 4조(사랑과 이별)의 메시지 전달 방법과 5조(Mad War)의 메시지 전달 방법에 대한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5. 15조 작품(베일)에서 앞서 발표한 작품과 전혀 달랐던 점 두 가지 이상 기술하시오.

6. 13조 작품(2+2=5)에서 제목에 부여한 +1의 개념에 대하여 13조가 설명한 작품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하시오.

7. 1조 작품(반전)에서 반전을 시도했던 부분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반전의 효과가 관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었는지 작품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하시오.

 

*8~17번은 최대한 짧고 명확하게 답을 내리시오.


8. 11조 작품(제목: 없음)에서 행위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작가(학생)의 이름은?

9.  3조 작품(수업의 난감함)에서 불안한(초초함) 감정 표현하기 위해 무엇으로 어떻게 표현했습니까?

10. 8조 작품(로또)에서 관객 속에 숨어 있던 조원들의 특별한 행동들은 무엇이었습니까?

11. 10조 작품(同化)은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유혹했습니까?

12. 작품에서 벽에 똥칠하는 연기를 했던 어르신(?)의 성함(?)과 어르신이 소속된 조는 몇 조입니까?

13. 5조 작품(Mad War)에서 조원 한 명의 특별한 행위로 인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구성요소로 인정받을 수 있을만한 ‘우연한 행위’는 무엇이었습니까?

 

14. 13조 작품(2+2=5) 구성에 사용한 인공조명은 몇 번(몇 개) 등장했습니까?

15. 6조(감옥)와 12조(Art 추모제)의 작품 내용에서 행위자들의 공통적인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16. 14조의 작품(분출)은 사회적인 비판메시지와 개인이 처한 현실에 대한 문제를 전달하기 위한 작품입니다. 실제상황을 작품으로 재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택1)

 

1) 과장된 표현   2) 잔잔한 표현   3) 엉뚱한 표현  4) 목이 길어서 슬픈 표현

17. 2조 작품(탄생-삶-죽음)에서 촛불이 가져다 준 시각현상들이 아닌 것은?(택1)

1) 입체적인 공간 구성 2) 첨단기술과의 조화    3) 권력의 상징  4) 생명

18. 1조의 작품에서 작품재료로 사용한 비누방울총이 관객의 감정이입과 무관한 것은?(택1)

1) 비누방울총의 가격     2) 비누방울 총의 빛깔    3) 총잡이들의 표정   4) 조장의 아이디어

 


[예, 아니오]

19.  12조의 작품발표 때 급조한 비둘기는 애완동물센터에서 사왔다고 빡빡 우겼습니다. 본래 출처는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번호순으로 “예, 아니오”로 답하거나 개인의 논리를 주장하시오.)

① 조원 몇 명이 오정못에 모여 비둘기한테 모이를 주는 척하고 잡아온 것이다. ② 서미희 학생이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했다. ③ 새장은 김태형 학생의 이모집에서 빌려온 앵무새집이다. ⑤ 박석규 학생은 선생님이 비둘기 출처를 물어오면 사온 것이라고 끝까지 잡아떼자고 했다. ⑥ 양인순 학생은 자신은 주동자가 아니라고 고백하고 싶었지만, 동지들을 배신할 수가 없어 가슴앓이만 하고 있었다. ⑦ 선생님은 관객들도 비둘기의 출처에 대해 입을 뚝 따고 있어 공범들이라고 생각했다.

 

[검증-미학과 인간관계(?)]

 

20. 내가 소속했던 조원들의 개인정보(이름, 학과, 학년, 성별)를 한글맞춤법에 입각하여 또박또박 성의 있게 기록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