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보도자료
*분류: 지난자료(2회 개인전 서문)
이재수의 <등걸>에 대하여
글/이수용
이재수의 작업과정은 자연의 생명 탐구를 상징적으로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고목의 풍화된 모습에서부터 출발하며, 회화가 가지고 있는 기본구조의 틀에서 작가의 의식상황을 회화적 형식을 빌어 표현되어지는 것이 작업의 구성요소다.
-아무리 외부세계의 현실이나 자연을 재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추상회화라고 하더라도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말은 몬드리안의 구성적인 기하학적 추상회화가 애초에 자연으로부터 출발했듯이, 완전히 외부현실과 절연된 것처럼 보이는 유기적 추상회화들이 실은 육안을 볼 수 없는 미시적 세계를 담고 있다는 사실과 부합된다. 실제로 많은 추상회화작품들이 자연 일부나 현상으로부터 모티브와 소재를 빌어 있음은 이를 증명해 준다.
이재수의 근작들 역시 자연으로부터 모티브를 빌려 오고 있다.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이재수의 ‘窓’연작들은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고목의 풍화된 모습으로부터 착상된 것으로 전체적으로 한색과 난색의 대비를 보이며 필(筆)의 대립적 또는 이원적 중층구조를 드러내고 있다.-1회 개인전 서문중에서(미술평론가 윤진섭)-
이번에 보여주는 이재수의 작품은 첫 번째 작품전에서 보여준 자연의 일부나 현상을, 측 실존의 문제를 내면에서 용솟음치는 정념을 표현한 것과는 달리 절제되고 압축된 화면구조 속에서 회화자체의 질서와 정신적 논리전개를 의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날카롭게 잘려나간 줄기 없는 그루터기의 형상들은 화면에 질서를 강조하여 심미적 판단에 의한 형상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구성되어지는 과정이다. 이에 작가는 최초의 착상과 계획을 진행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우연적 요소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곧 이전에 계획하지 못했던 것을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재수 회화의 전개에 있어 조형적 변화에 해당하는 것은 자연의 생명탐구를 인위적으로 잘려나간 <등걸>의 이미지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대립과 갈등으로부터 기인하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그 변화가 때로는 개성적 표현성을 잃어버리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지만 구체적인 이미지가 하나의 현상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작가 나름대로 어떤 목표가 있는 듯 한데, 그것은 이미지를 통한 직관미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에 나타난 <등걸>의 이미지는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정렬된 모습을 나타나거나 그 외의 부수적 소재를 이끌고 강한 위치에 자리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감정을 감추기 보다는 직접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미뤄볼 때, 의식된 주제의 강한 이미지 전달과 화화의 조건에 대한 집요한 분석에 충실함이 매우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치밀한 계획 아래 작업을 진행하는 성격으로 본래 완성된 작품보다는 작업과정을 더 중시하는 작가다.
이번에 보여주는 작업과정 역시 그간 준비해 둔 설정에 의하여 이루어진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작업이 진행될 것인지 기대가 되며,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도 꾸준한 창작 열기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