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대전지방법원에 소속한 광역단위 예술단체의 임원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되었습니다. 단체는 보수예술계가 기득권을 쥐고 활동하고 있고(좋게 표현하면 보수이고, 쉽게 말하면 뇌구조가 특이한 사람들), 그 구성원들 사이에 극히 일부의 진보예술인들이 내부 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좋게 표현하면 진보이고, 뇌구조가 특이한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불순세력)  세력들에 의해 20여년 목소리들이 사장당하고 기득권층에 항의하는 인사들이 잔인한 공격을 받아 왔습니다.

 

저는 단체의 전복을 노리는 불순세력의 한 사람으로서(뇌구조가 특이한 사람들이 볼 때), 단체(피고) 측에서 협회장 선거를 심히 위법하게 진행하여(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무효확인 소송을 2009년 12월 2일에 제기하였는데, 10여 개월 만에 청구취지대로 '임원선거를 무효로 한다'라는 판결을 얻었습니다. 물론 1심 판결로서 피고 측 항소여부가 남아 있어 확정된 판결은 아닙니다.

 

제가 해당 단체 임원선거에 출마를 했던 후보도 아닌데, 왜 소송을 진행하는지 사람들은 잘 몰랐습니다. 소송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위법한 행위들에 대한 사실확인이 필요했고, 두 번째는 단체는 일부 기득권층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소속단체의 회원들은 누구나 단체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안타까웠던 점은, 피고 측에서 제출한 서류 중에 '소수 기득권층(임원)에 의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취지의 허무맹랑한 임원들의 결의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보고, 소송의 의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피고 측(단체)은 잘 나가는 변호사 두 명을 소송대리인으로 위임하여 소송을 진행했고, 저는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으로 진행했습니다.

 

변호사 중 한 명은 모 정당의 당직자이자 지난 지방선거에서 소속 정당 후보공천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기도 한데, 신뢰하지 않는 정당과 관계가 되어 있어서 오기가 발동하기도 했습니다.

법률 지식이 없는 예술가가 잘나가는 변호사와 법리논쟁을 한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었지만, 법원에서 속행을 네 번 거치면서 변호사의 법리 주장이나 변론이 상당히 빈약한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법을 모르는 저도 금새 이해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막무가내로 우기는가 하면, 신뢰할 수 없는입증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보고 법원을 기만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 당사자인 제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재판부는 어떻게 생각을 했을지 참 궁금했던 점입니다. 어쨌꺼나 20여년 동안 전두환 고스톱을 즐기던 사람들이 화투판에서 돈을 잃거나 광 팔던 사람도 아닌, 저 때문에 화투판이 파토가 났습니다.

 

승소하기는 했지만, 재판기간 내내 예술가가 연구활동에 시간을 써야 하는데, 법원에 자꾸 법과 행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작가로서 상당한 이미지의 추락이 있었습니다. 1심 선고 이후, 방송 및 일간지 등에서 사건 판결 내용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는데... 아휴~ 창피해서 혼났습니다.

 

이 사회를 향해 예술철학 등을 제기하는 것은 직업으로서 당연한 것이지만, 사건의 성격상 법원에서 그런 주장을 할 이유는 없고  '저 사람들이 참으로 나쁜 사람들이다'라는 식의 싸구려 주장과 입증자료만 제시하고 있었으니, 스스로 속이 좁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