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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이맘 때 큰 바람처럼 몰아닥쳤던 삶의 변화가 주체할 수 없는 아픔으로 되돌아 왔다는 사실은 한층 더 성숙했음을 의미하는 일일까.
아무튼 내게는 꾸준한 삶의 변화가 있는 듯하다.
이제는 피아노 건반 위에서 제 자리를 찾아 일률적으로 노니는 손가락들처럼 고른 삶의 음질을 찾아보고 싶다.
오랜만에 헌책방을 찾았다. 한 해 앞서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둘러보았는데, 그 동안 읽을 거리를 찾는 즐거움까지 잊고 지낸 듯하다. 어제는 사온 헌책 열 권 가운데 권오덕 선생이 쓴 <옛시조 해설집-시조를 찾아서>이 가장 큰 횡재였다.
오래 전부터 시조관련자료를 모으고 있었는데, 마침 헌책방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권오덕 선생은 주로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전기 등을 많이 엮은 분이다. 시조해설집은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도 우리 시에 대한 이해를 폭을 넓히는데 좋은 자료가 될 듯하다.
엄격한 율격 속에서 흘러나오는 풍류나 애절한 소망을 담은 글들...
시조에서 볼 수 있는 음절의 제약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해본다. 감정의 폭이 크면 글이 추해지고 변명이나 해명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떠한 정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한 민족성이었다고 단정하고 싶기도 하다.
옛시조 한 수 내려 놓는다./이재수
꾀꼬리 고은 노래 나븨춤을 시기마라
나비춤 아니런들 앵가 너뿐이여니와
네 곁에 다정타 이를 것은 접무론가 하노라
바람이 눈을 몰라 산창을 부딪치니
찬기운 새여들어 잠든 매화를 침노한다
아무리 어울려 하인들 봄뜻이야 앗을소냐.
어리고 성긴 매화 너를 멋지 안얏더니
눈기약 능히 지켜 두밋 송이 푸엿구나
촉 잡고 갓가이 사랑할 제 암향부동 하더라. -안민영-
*안민영(1816년-?) : 자는 성무이고 호는 주옹인데 박효관에게 창곡을 배웠다. 작품으로는 시조 26편이 전하며, 저서로 ‘조옹만필’ ‘금옥총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