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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자크가 쓴 '태양의 여왕'이라는 소설을 보면 아름다운 미술권력자를 만날 수 있다. 줄거리는 옛 이집트 왕국 안에서 벌어지는 신흥종교와 전통종교의 싸움이다. 절대적인 신을 숭배했던 때 종교 싸움은 왕권과 연결이 된다. 주인공 '아케자(안케즈-엔아통)'는 종교혁명을 일으켰던 아버지 아케나톤의 셋째 딸로 나온다. 아케나톤 왕권은 기원전 16세기부터 기원후 5세기 사이 이집트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아나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살아서 아케나톤은 사막에 태양신을 숭배하는 '태양의 도시'를 건설했다. 그러나 왕인 아케나톤이 병들어 태양빛으로 돌아감으로 인해 태양의 도시는 몰락을 맞았다. 전통종교가 뿌리내리고 있는 나라에서 신흥종교는 이교도일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아케자는 아버지 죽음으로 인하여 몰락한 태양의 도시를 숨겨 동경한다. 태양의 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속마음을 가지고 있다. 전통종교도들과 함께 궁을 옮겨 위장된 삶 속에서 한발 한발 태양의 신에게로 다가간다.
아케자는 사랑하는 어린 왕자 '투탕카몬'과 결혼하여 여왕이라는 권력을 쥐게 된다. 왕이 나이가 어려서 상징적인 왕권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큰 힘을 갖기 위해 죽은 태양의 신을 의지하며 신하들의 배신과 이용을 지혜롭게 물리친다.
이 소설에서 벌어지는 왕권 다툼이나 왕과 왕비의 사랑이야기를 떠나 관심을 가져 볼만한 사람이 한 명 있다. 다름 아닌 조각가 마야이다. 마야는 왕권과는 거리가 멀고, 신전이나 왕의 얼굴을 조각하는 예술가에 불과하다.그런데 그 조각가에게서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권력'을 느낄 수 있다. 마야는 배고플 때 아케자 남편인 '투탕카몬'에게 은혜를 입은 친구다. 그리하여 왕이 된 투탕카몬에게 충성을 하게 되고 예술적 능력을 인정받아 왕 무덤이나 궁을 꾸미는 총 감독관으로 높은 지위를 얻게 된다. 많은 신하들이 왕이나 왕비를 배신하거난 권력을 빼앗으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지만 조각가 마야는 왕권 싸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로지 그는 건축과 조각에 관심을 갖고 이집트 문화를 꽃피우겠다는 집념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주인공 아케자도 다른 신하들은 다루기가 쉬웠지만 조각가 마야는 힘들어다. 아케자와 권력 암투를 벌이는 사제들도 올곧은 사고로 무장하고 있는 조각가를 껄끄럽게 생각했다. 가끔 아케자가 수월한 권력 유지를위해 마야를 매수하려 할 때 그 앞에서 예술가 기질을 굽힘없이 발휘하기도 한다. 그리고 권력층에 반항하기도 하고 높은 고집으로 왕비를 굴복시키기도 한다. 왕권에서 비정상적인 압력이 들어오면왕비 지위와 신문까지 낮춰버릴 수 있다는 분위기까지 풍긴다.
소설 속에서 마야는권력 암투 속에서 꿋꿋하게 예술가로 임무를 다한다. 예술가가 권력에 맞설 수 있는 무기는 얹혀 있는 자리가 아닌 돌을 쪼을 수 있는 정과 망치(예술정신)를 보여주는 예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처신하는 예술가는 특별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미술권력은 정치적인 의미에서 보는 권력하고는 다른 것이다. 권력이라는 용어 자체가 위엄과 당당함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 가진 자들이 누리는 혜택 쯤으로 알고 있다.
권력이란 어떤 행위자 자신이 지시나 규범을 실행하기 위해 타행위자를 유도하고,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다. 그리고 타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타인의 행동에 자신의 의지를 부여함을 말한다. 즉,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능력(영향력)이라 말한다.
우리는 미술권력을 흔히 정치적인 권력이라는 부정적인 행위자체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미술권력은 숭고한 것이며, 미술권력자 자신에게는 행동이나 의지에 그 책임감이 부여된다. 미술권력은 다른 사람의 저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저항을 배제하고 자기 의사만 관철하는 능력은 아름다운 권력이 될 수 없다. 타자에 의존 속에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상호의존적 결정능력을 미술권력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모든 미술인들은 앞서 말한 마야처럼 아무리 남용해도 추하지 않은 <아름다운 미술권력>을 지킬 수 있어야 겠다./이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