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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7월 24일 빈센트 반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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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에게,
편지와 동봉한 50프랑 수표 고맙게 받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럴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들이 너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었으면 좋겠다.
네 가정의 평화 문제라면, 잠시 파란이 있어도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
내가 알고 있는 얼마 안되는 프랑스어나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토론할 때 이런저런 면의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더 깊이 파고들다 보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될 것 같다.
그게 그리 중요한 관심사는 아니지만. 요즘은 온통 그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내가 미치도록 사랑하고 존경했던 화가들처럼 잘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있으니, 오늘날 화가들이 점점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그런데 화가 공동체를 결성하는 게 유용하다고 화가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사라진 것이냐?
하긴, 공동체가 결성되더라도 다른 화가들이 파멸한다면 공동체 역시파멸하게 될 테지.
너는 그런 경우, 화상들이 인상파 화가들과 운명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건 아주 짧은 기간 동안에만 가능한 일이다.
결국 개인적인 노력은 별소용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이미 여러가지 일을 겪었는데, 정말 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고갱이 브르타뉴 지방에서 그린 그림을 보았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그린 다른 그림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봉한 것은 도비니의 정원을 소재로 그린 작품을 다시 스케치한 것이다.
내가 가장 세심하게 생각해서 그린 작품 중 하나다.
구식으로 이엉을 인 지붕과 비온 후의 광대한 밀밭 정경을 그린 30호 크기 그림 두 점도 대략 스케치했다.
1890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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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보낸 마지막 편지. 테오는 이 편지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