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회원가입  로그인

손님들도 책이야기에 한하여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책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는 자유게시판(손님방)으로...

[책이야기] 비스듬하게 깎아지른 초원 위에 불어오는 바람을 반기며 돌아가는 풍차 있다. 국가를 상징하는 어느 조형물보다 더 값진 재산이다. 네덜란드 화가들 캔버스에도 풍차가 있는 풍경을 더러 볼 수 있다. 그들에게 풍차는 기름진 마음을 선물한 소중한 예술품이다. 우리 나라 강나루에 있는 정자처럼 운치 있어 보인다. 물레방아간처럼 에로틱한 이야기들도 숨겨져 있으리라는 추측을 해본다.


네덜란드는 낮은 땅(low land)이라는 뜻이다. 국토면적 4분의 1이 바다보다 낮고 방파제, 방조제로 바다를 막지 않으면 60%가 물에 잠긴다고 한다. 4분의 1의 국토는 간척 사업을 통하여 개척한 땅인 셈이다.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네덜란드인들은 네덜란드를 창조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우리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맞나?)  '한스'가 바로 네덜란드 소년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데 방파제에 구멍이 뚫려 있어 밤새 추위와 싸우면서 마을을 지켰다는 동화의 배경이 바로 한스의 나라이다.
기원전 1 세기 때 로마인들은 네덜란드에 와서 이런 글을 남겨 놓았다고 한다.


"밀물 때에 네덜란드 사람의 모습은 마치 선원들 같았고 썰물 때의 네덜란드 사람은 난파당한 선원들 같았다. 이곳의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장소가 바다인지 육지인지 몰랐다."

 

네덜란드는 지난날 조선의 애국지사 한 명이 순국한 나라이기도 하다. 조선이 독립국임을 세계여론에 환기시키는 일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고종 황제는 1907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제2회 만국 평화 회의에 특사(이상설, 이준, 이위종)를 파견했다. 을사조약의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특사들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하여 회의 참석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조선은 일본의 보호국이어서 독립적인 외교 활동을 할 수 없다며 거절당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던 미국인 헐버트(Hulbert)도 특사의 회의 참석을 주선하는 노력을 하였으나, 일본의 방해로 끝내 회의 참석을 하지 못했다.


특사들은 머무르고 있던 호텔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조선의 기상을 드러냈다. 이위종은 국제 협회라는 단체에서 일본의 불법적인 침략 행위를 공개하고 을사조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연설을 하였다. 이 연설문은 각국 신문에 보도되어 조선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회의 참석을 못하여 울분을 참지 못한 이준 특사는 현지에서 화병을 얻어 순국하였다. 일본은 헤이그 특사 파견을 구실로 고종 황제 폐위를 서둘렀다고 한다.

 

오늘 읽은 책 <소금의 문화사>에 `암스트레담'과 `청어 통절임'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네덜란드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여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다른 책에서 자료를 보다가 오래 전에 공부했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관한 자료들까지 덤으로 챙겼다. 한국사를 공부할 때는 연도 및 회의 이름만을 달달 외우는 것으로 그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학습방법이었다는 생각이다. 억지로 연관을 시켜서라도 다른 자료와 함께 엮어보면 이해도 빠르고 머리 속에 쏙쏙 들어가는 듯하다. 여러 가지 지식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학습방법이기도 하다.


서점에서 소금의 문화사라는 책제목을 보고 상당한 호기심을 느꼈다. '소금'은 추상적인 의미이거나 실제 소금과는 거리가 가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소금과 같은 삶이나, 소금과 같은 철학 등을 이야기한 책으로 예상했다. 예상은 책 내용에서 완전히 빗나갔다. 제목 그대로 소금에 관련된 지식과 소금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들로 메워져 있었다. 소금에 대한 지식이라고 해봤자 염화칼슘이라는 화학용어와 음식에 간을 맞추는 짠 조미료라는 사실밖에는 아는 바가 없었다. 소금에 관한 전설이나 동화는 더러 읽어보았지만, 소금을 통하여 문화를 바라보는 소금사는 처음이다. 알찬 소금지식으로 남을 듯 하다.

 
문화의 발로는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는다. 소금 안에서 찾아보는 문화. 한번 살펴보고 다른 분야 연구자들도 응용해 볼만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번역의 상태가 매끄럽지 못하여 읽어 내리는 데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다. 글쓰기를 배우려고 읽은 책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새로 알게된 소금지식은 꼭 필요할 때 소금처럼 쓰여지기를 바랄 뿐이다.
소금의 문화사에 실려 있는 내용 몇 줄 옮겨 놓는다.-이재수-



청어 통절임

청어 통절임은 청어의 보존을 가능케 해준다. 특수한 칼을 사용하여 생선을 절개한 뒤, 아가미와 심장과 내장의 일부를 끄집어낸다. 그 상처로 피가 흘러나오고 나면 몸에 남아 있던 췌장의 효소가 생선의 살을 부분적으로 소화해 부드럽게 만든다. 그런 다음 청어들은 소금과 함께 통 속에 쟁여 넣어진다.(그 통 이름이 '카크caque'인데서 처리과정이 '카카주caquage'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이 방식은 14세기 초에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1315-1330sus 경, 플랑드르 지방에서)


이와 관련하여 종종 사람들은 빌렘  버켈츠(dkj니면 버켈스, 또는 버겔스준, 그도 아니면 윌리엄 벤켈소어)라는, 거의 전설적인 한 인물의 공을 말하곤 한다.
그는 젤라트 쪽 플랑드르에 있는 비어블리트 출신의 어부(혹은 키잡이)였다. 청어 통절임을 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그의 출생지 교회의 스테인드 글래스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그는 1397년에 죽은 듯하다. 찰스 퀸트 왕이 1586년 8월 30일에 비에블리트를 방문해 그에게 경의를 표한 바 있다. 하지만 버켈츠가 살았던 시기는 논란의 대상이다. 어떤 이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1312년에 마을의 부시장이었고, 그가 청어 통절임법을 발견한 것은 1384년의 일이며, 다른 이들은 1397년에 이 가공법을 발견하고 1349년 죽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들은 그가 죽은 것이 1375년이라고도 한다.


어찌 됐건, 단백질 가수분해 효소에 의한 소화작용과 소금에 의한 저장을 조합한 이 방법은, 애버딘과 같은 어업 센터들 또는 스코틀랜드 북부의 셰틀랜드 군도나, 소금과 청어라는 두 가지 무역을 전문적으로 하던 한자 동맹에 가입한 도시들과, 그리고 특히 네덜란드의 번영을 가져온 혁명적인 기술이었다. 그래서 한 속담은 말한다. 암스트레담이 청어 통절임 위에 세워졌을 것이라고!(피에르 라즐로/김병욱 옮김, 소금의 문화사, pp.108-109)

 

 mark.gif

조회 수 :
1890
등록일 :
2009.08.07
17:03:45
엮인글 :
http://grart2.cafe24.com/xe/bookstory/400/4fd/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grart2.cafe24.com/xe/400
옵션 :
: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7 베틀은 아낙들의 헬스기구 이재수 1751   2009-08-07
지난자료들 중에 오래 전(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음)에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 관련하여 쓴 글이 있어 이곳에 올립니다./이재수. 우리 입맛은 왜 이리도 간사한 것일까? 식당에서 딱딱하게 얼린 삼겹살을 구워먹는 일이 최고의 외식인 줄만 알고 지냈던...  
6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이재수 1816   2009-08-07
1890년 7월 24일 빈센트 반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내용 ------------- 테오에게, 편지와 동봉한 50프랑 수표 고맙게 받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럴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든...  
5 휴게소에서 만난 폐간호 이재수 1747   2009-08-07
글을 쓴 시기 2001. "통행권을 뽑아가세요" 고속도로에 들어서려고 통행권을 뽑을 때마다 혼자 빙긋 웃는다. 자동차가 통행권 발급 기계 앞에 서면 통행권이 자동으로 쑥 나온다. 개구장이가 장난스럽게 혀를 날름 내미는 것처럼 우스꽝스럽다. "내 혀를 뽑...  
4 철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책 이재수 1864   2009-08-07
월간지나 계간지 같은 정기간행물은 독자들이 철의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듯하다. 이른 봄이면 파릇한 빛깔로, 여름이면 시원한 쪽빛으로, 가을이면 붉은빛으로, 겨울이면 은빛 찬란한 눈빛으로…. 표지 디자인이나 본문 꾸밈들이 계절을 상징하는 빛깔...  
» 소금의 문화사 file 이재수 1890   2009-08-07
[책이야기] 비스듬하게 깎아지른 초원 위에 불어오는 바람을 반기며 돌아가는 풍차 있다. 국가를 상징하는 어느 조형물보다 더 값진 재산이다. 네덜란드 화가들 캔버스에도 풍차가 있는 풍경을 더러 볼 수 있다. 그들에게 풍차는 기름진 마음을 선물한 소중한 ...  
2 [책] 그림 이야기 어연번듯 1756   2009-08-05
그림은 작가 정서가 투명하게 내 비치는 쇼 윈도우에 비교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소재들이나 기법들은 작가 생애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예술이 위대한 이유가 새로움을 창조하는 힘에도 있지만, 작품 속에 사회 정서나 작가 정서를 기록하는...  
1 붓 두 자루에 돈을 싣고 가다 어연번듯 1702   2009-08-05
붓 두 자루에 돈을 싣고 가다붓 두 자루에 돈을 싣고 가다붓 두 자루에 돈을 싣고 가다붓 두 자루에 돈을 싣고 가다붓 두 자루에 돈을 싣고 가다붓 두 자루에 돈을 싣고 가다붓 두 자루에 돈을 싣고 가다붓 두 자루에 돈을 싣고 가다붓 두 자루에 돈을 싣고 가...  
미술인 이재수 홈페이지 http://merz.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