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소통 - 시각문화 - 잡동사니
인간의 심리는 감춰진 곳까지 다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가릴 것을 가리지 않은 채 내보인 인체에서 우리는 자주 실망감을 갖는다. 인체의 아름다움은 섹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느낄 수 없는 것이 있다.
인체의 아름다움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존엄성을 신성시하는 마음 자세가 있어야 한다. 시각예술가들이 인체를 조형언어로 선택하여 접근할 때에는 두 가지 면을 고려한다. 하나는 인체의 조형성에 대한 탐구의 가치를 논하는 입장이고, 또 하나는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감정의 동물적 접근이다.
인체를 시각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조형성 탐구에 필요한 것은 인체를 섹스의 대상에서 제3자의 입장을 취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인체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도 남들이 탐하는 모습만 그릴 수밖에 없어 신경질적인 면이 있다.
시각예술에서 인체는 우주만물의 결정체로 받아드린다. 지구상의 모든 이미지들과 철학들이 그 안에 담겨져 있고, 비슷한 모양새이지만 같은 형태의 인체는 없다. 제 각기 개성 있는 이미지의 독창성을 갖추고 있다.
사고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어도 자세히 살펴보면 비슷한 생각 안에서 각자 다른 사고의 차이를 보이는 것과 인체의 외형에서 보이는 비슷한 모양새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보이는 것과도 같다.
시각예술은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기 위해 인체를 조형언어로 선택하고 꾸준한 탐구를 해 왔다. 인체의 조형성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시각적 풍요로움을 제공해 왔다.
시각적 풍요로움란 단순한 이미지에서 많은 생각을 부여함을 말하는데, 인체의 표현이 단순하면서도 수없이 많은 포즈나 이미지(표정 등)가 창출되고 있어, 인체는 시각예술의 영원한 작품소재로 군림하고 있다.
세계적인 솟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의 사진(사진)이 지난(2007.11) 27일(한국시간) 공개됐다. 여러 명의 모델들이 다 벗고 찍은 사진인데 가릴 것은 다 가린 포즈를 취했다. 화면구성 자체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아무리 분석해 봐도 흠잡을 곳 없고 많은 생각을 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모델이 한국 여인들이었다면, 좀 더 청순한 맛이 있었을 것이란 상상도 즐거운 일이다./이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