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예술과 권력"이라는 용어는 예술계의 구조를 논하는 글에서 자주 묻어나는 용어인 듯하다.
예술에 있어서 권력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중들은 예술가들이 작품활동을 하는데 무슨 권력이라는 용어가 필요할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도 남음직하다. 얼핏 예술행정이나 예술계 구조에 관한 문제로 넘겨 집을 수도 있다. 물론 예술계 구조 안에서는 구성원들끼리의 심한 경쟁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예술가들이 명예를 쥐기 위해 발버둥치거나 기득권자들이 놓치고 싶지 않는 그 무엇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경험들은 예술계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다.

 

Ida Applebroog, Pull Down the Shade, 1985

 

그러나 특정한 부류의 구조 안에서 기득권 쟁취를 위한 권력싸움도 아니고, 물감이 묻어 있는 캔버스나 소리를 내는 악기 안에도 권력이 작용한다면 대중들은 믿을 수 있을까? 혹자는 작품 안에 권력이 있다고 하니, 정치와 연결 짓기도 한다.


우리 예술은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장르가 다양하다. 현대예술에 이르러 장르개념이 무의미해졌다고 하지만, 장르를 떠나더라도 계열별로 분명하게 여러 갈래의 작품성향들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럼 어떤 예술작품들이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을까?

현시대의 예술권력에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신성한 권력의 의미에서 예술권력은 나 아니면 나를 따라할 수 없는 신념이 대중들에게 전파되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의도하는 대로 대중들의 생각과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대중들은 이를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현상이다.


되지 못한 권력의 의미에서 예술권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모방이다. 속은 텅 비어 있는데 예술이라는 무늬를 씌워 대중들의 눈을 속여고, 마치 우주를 창조한 듯한 허풍을 치는 못된 행위들를 말한다.


예술권력에서 전자는 영원히 대중들의 감성을 지배하는 신성한 권력을 말하고, 후자는 현시대의 예술가들이 예술가라는 그럴듯한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짧은 생명의 예술권력이다.


예술이 길다는 평범한 진리에 의한다면, 예술가들은 대중들의 끊임없는 사고변화와 동반하기 위한 예술적 신념을 구축하는 일이 신성한 예술권력에 다가가는 일이다. 예술가들이 이 사회의 3류 정치인들처럼 잠깐 대중들의 눈과 귀를 속여 예술인의 생활을 지탱하는 것은 한 시대의 속물에 불과하다./李在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