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앞서가는 여인의 몸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 들어갔다. 여인의 몸을 탐닉하는 것을 떠나 마치 소유자인 것처럼 집착하고 있었다.

 

산은 그리 험하지 않았지만, 봉우리는 멀게 느껴졌다. 산은 한 폭의 입체화처럼 펼쳐져 있었지만 시선은 줄곧 여인의 뒷모습만 따라가고 있었다. 산의 영험한 위험을 내뿜는 기운도 내게는 미치지 않았다. 구부러지는 등산로가 나오면 여인의 몸을 놓칠세라 바짝 다가갔다.

 

여인의 뒷춤만 따라가다가 금새 중턱에 다다랐다.

중턱의 평평한 곳에서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그곳에서 쉬었다가 올라가거나 다시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나무의자에 앉아 다음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인의 몸을 따라 봉우리까지 올라갈 것인지는 여인이 목적하는 산행에 맞추고 있었다. 정상을 준비하려면 꽤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여인의 몸을 따라 중턱까지 오른 것도 체력을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산을 오르는 체력의 근원은 오로지 여인의 뒷모습이었다..

 

땀을 훔치고 카메라에 묻어 있는 습기를 닦고 나서 다시 정상을 향한 산행을 위해 일어섰다. 두리번거리며 여인을 찾았다. 보이지 않았다. 중턱에서 쉬지 않고 곧바로 정상을 향하였는지, 멀리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여인의 몸이 보이지 않자 두 다리는 풀려 정상을 향한 산행을 포기하라는 체력적 신호가 도달했다. 중턱에서 여인의 몸을 놓친 허망함은 ... ...

(중략)

 

반대편 등산로를 타고 내려왔다.

여인이 보였다. 여인은 정상을 오르지 않았다. 산 중턱의 반대편 등산로를 따라 일찍 하산했던 것이다.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 마중나온 중년의 신사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등산하는데 어떤 남자가 자꾸 내 뒤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따라오는 거야, 그래서 기분나빠서 중간에 내려왔어!”

“그러니까 혼자서 산 타지 말라고 했지!”

 

나는 헛개나무 이파리에 시선을 두고 여인이 사라질 때까지 꼼짝도 하지 못했다./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