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소통 - 시각문화 - 잡동사니
<이어서...>
여인이 쓴 둥근 체양의 꼭두서니 빛깔 모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몸의 중심이 앞에 있어 걸음 할 때마다 등어리의 온전한 형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흰 티셔츠에 브래이지어 끈의 자국이 보이고 허리 밑의 반바지 끝 선도 희미하게 엿보였다.
여인의 허리춤은 잘록했다. 가끔 양 허리에 두 손을 받치고 걸을 때는 더욱 잘록해 보였다. 목에서부터 허리까지 완벽한 다이아몬드 형태를 이루고 있었고, 허리에서 엉덩이를 거치며 또 하나의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졌다. 흔히 말하는 S라인 기준의 몸매에 가까웠다.
숲을 먹으며 산을 오르는 여인의 몸은 빛이 났다. 장단지의 허연 살빛도 눈길이 닿았다. 발을 딛을 때마다 살짝 살짝 당겨지는 장단지의 근육에서 여인의 몸 전체가 지탱되고 있었다. 엉덩이를 중심으로 위로는 잘록한 허리가 움직이고 아래로는 허벅지가 교차하면서 움직였다.
여인은 정상을 향해 일정한 속도를 유지했다. 등산로의 굽은 모습이나 나무의 형태들을 찍으면 반드시 꼭두서니 빛깔의 모자를 쓴 허리 잘록 한 여인이 점으로 계속 남았다.
여인의 몸이 살짝 굽은 길에서 멀어지면 놓칠세라 급하게 걸음을 뗐다. 멀찍이 두고 산을 오르고 있었지만, 여인이 산을 오르는 속도에 맞추고 있었다. 큰 나무 옆으로 돌아갈 때에는 여인의 몸이 나무에 가려 있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여인의 몸은 큰 나무 속에 빨려 들어갔다가 다시 빠져 나오기도 하고, 넓은 잎의 나무 옆을 지날 때는 몸의 절반이 가려졌다가 다시 빠져 나왔다.
여인의 몸을 따르는 힘겨운 산행이 이어졌다. 10여 분을 사쁜거리며 산을 오르는 여인의 뒷모습만 보며 산을 탔다. 길 위에 튀어 나온 소나무 뿌리들을 딛고 있을 때였다. 물기 먹은 소나무 뿌리에 미끄럼이 왔는지 여인의 몸이 휘청거렸다가 다시 곧추섰다. 휘청거리면서 몸은 옆으로 틀어졌고, 콧날에서부터 가슴, 아랫배, 허벅지, 무릎으로 이어지는 곡선이 짧은 시간 동공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숲
<계속>